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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오붓한 세 가족이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아들 진호씨(가명)가 함께 살았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진호씨 모친이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사랑이 가득한 엄마이자 아내였었다.
진 희망모아 호씨까지 독립한 뒤, 그의 아빠는 경기도 용인에 홀로 살았다. 아내가 숨지고 나서는 건강이 나빠져 있었다. 자식은 나와 살면서도 그게 늘 걱정이었다.
2023년 9월 5일. 부친은 그날도 적막한 집에서 아침을 시작했다. 혼자서 밥을 먹고, 설거지하고, 빨래를 돌렸다. 부지런한 성격이라 청소를 자주 했다. 창문을 닦고 바닥을 훔쳤다. 외로 은행대출 갈아타기 움을 떨치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진호씨 아빠가 거실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곁엔 아무도 없었다. 자칫하면 이대로 숨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진호씨에게 연락이 왔다. 아빠가 기절한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져 회복하고 있다고. 급히 병원에 달려온 그 국민주택기금대출서류 는 아빠를 보며 울었다. 또 궁금해했다.
"아빠가 집안에서 쓰러진 걸 자식인 저도 몰랐는데, 어떻게 구조해주셨을지…단 하나뿐인 가족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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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사용이 줄면…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단 것 전주직장인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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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고독사로 2주 만에 발견된 50대 남성의 집안 광경. 쇼파엔 누운 모습 그대로 흔적이 남았다./사진=남형도 기자
대부업자들은
집 밖에선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 안에서 누군가 쓰러졌단 신호. 그러나 알아챌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전기와 수돗물을 사용하는 양이었다. 더는 밥솥과 전자레인지가 돌아가지 않고, TV가 저녁에 켜지지 않을 테니까. 문자나 전화를 주고 받지 않고, 샤워 역시 못 하게 될 것이므로.
평소에 대비해 사용량이 지나치게 줄었단 게 감지됐을 때,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구나, 그리 짐작할 수 있단 거였다.
진호씨 부친의 집에서도, 전기·수도 사용량이 동시에 줄어든 게 포착됐다. AI 전화가 작동됐다. 그에게 안부를 물었으나 묵묵부답. 이에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위기 알림이 전송돼, 현장에 직접 가보도록 한 거였다. 그래서 적기에 구조될 수 있었다.
한국전력에서 2019년에 시작한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시스템'이 실제 작동한 사례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금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요즘 주요 문제가 고독사인데, AI 기술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킨 점을 높이 샀다"고 했다.
전력 사용량이란 빅데이터를, 사람을 살리는 데에 쓸 수 있도록 처음 생각하고 구체화 한 사람. 김연우 한국전력 부장에게 당시 어떻게 이를 만들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를 토대로 어딘가에서 또 다른 좋은 생각이 시작돼, 더 많은 이들을 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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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전기장판만 따뜻했던 집…안타까운 마음이 동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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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고독사로 2주 만에 발견된 50대 남성의 집안 광경. 피우던 담배와 쓰던 마스크, 가글액 등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좋은 생각의 뿌리가 된 장면이 있었다고 했다. 연우씨가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 꺼냈다.
"가끔 어르신들께 봉사하러 복지관에 갔었어요. 인상 깊고도 아픈 장면이 있었지요. 임대아파트에 갔는데, 방이 아주 추웠어요. 근데 방 한가운데에 놓인 전기장판만 따뜻한 거예요. 딱 한 평쯤 될까 말까 한 크기였지요.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만 했었어요."
그만큼의 전기로 한겨울을 나던 이들.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그마저도 쓸 수 없게 될 취약한 사람들. 그러니 전기 사용량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사람과 삶과 다 연결돼 있었다.
그러다 2019년 초, 연우씨가 디지털변환처에 근무할 당시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 차원에서, 데이터로 사회에 좋은 영향이 될 만한 뭔가를 해보자는 제안이 나온 거였다. 연우씨는 '전기 사용량'이란 데이터로, 홀로 사는 이들을 살릴 방법이 있을지 고심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전기 사용량만으론, 내부 사정을 다 알기 힘들지요. 정확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요. 사용량이 뚝 떨어져서 위기 알람을 띄웠는데, 알고 보니 열흘간 딸 집에 가 있었던 거지요. 외출했는지 그런 걸 확인할 수 없는 거예요. 데이터 하나만으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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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전화' 데이터와 합치니, 정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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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생각이 막혔을 때 중심이 되어준 단단한 문장이 있었다. 데이터 과학자인 연우씨가 늘 생각하던 원칙이기도 했다.
"데이터는 단독으로 있을 땐 의미가 거의 없고, 결합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거든요.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지요. 부서 직원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많이 했어요. 때마침 SK텔레콤에서 자체 서비스를 고민하던 게 있었고요."
당시 SK텔레콤에선 인공지능 스피커가 나왔고, 그걸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리퍼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단다. 협업해 통신데이터와 결합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그만큼 정교해질 거였다.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다면.
"전기 사용량이 평소보다 뚝 떨어졌네. 저희 데이터만으로 거기까지 알 수 있는데, 통신 사용 내역까지 보면 '전화나 문자도 안 쓰셨네, 위기 알람을 울려야겠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거거든요. 때마침 데이터 사이언스 영역에서, 이런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 성능이 좋아져 구현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해줄 곳이 필요해, 네이버 공공 클라우드와도 협력했다. 여기서 한전의 전기 사용량, SK텔레콤의 통신 사용량 등이 결합 및 분석될 거였다.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사용량이 얼마나 떨어져야 위기로 볼지에 대한 '기준'이 없단 거였다. 연우씨는 어머니 핸드폰에다가 시제품을 하기까지 하며, 자료를 모았다. 이어 1000가구의 패턴을 모아 유형화했다. 시행 착오도 많았다.
"이렇게 쓴 사람들은 3년간 이 정도 사용했으니, 이 정도로는 올라가야 한다는 거죠. 어디까지 정상 범위로 두고, 이상 범위로 둘지, 그걸 정하기가 어려웠어요. 처음엔 오판도 많이 했었지요. 줄여 나가는 데 집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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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200가구 찾아다니며 '사인' 받아…"여관방 잡고 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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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초기 도입 역시 쉽지 않았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유료 모델'로 시작했는데, 해보겠단 지자체가 처음엔 거의 없었다. 연우씨는 여러 지자체를 돌아다니며 설득했다.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예산이 없다고,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 당시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곳이 있었다. 광주 광산구의 우산동 주민센터였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사업이 본격 시작되었다.
그러고도 첩첩산중이었던 건,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거부감이 심하단 거였다. 연우씨가 회상했다.
"한전에서 왔어요, 개인정보 동의해주세요. 그러면 굉장히 싫어하시는 거예요. '날 뒷조사 하려는 것 아니냐' 그러시는 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우산동 200가구를 다 찾아다니면서 동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광주에 여관방을 잡고 돌아다녔어요.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우씨가 본 집안의 광경들이 안타까웠단다. 특히 홀로 사는 할아버지들이 더 취약했다고. 청소 상태가 안 좋은 것, 냄새가 심하게 났던 것. 또 경계하면서도 말을 걸어주면 고마워하던 이들. 사람에게 굶주려 있단 생각에 마음이 저리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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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사람 살렸단 소식 듣고, '아, 되는구나' 뿌듯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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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초기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한 뒤, 연우씨는 다른 부서로 옮겼다. 그리고 2020년 어느 날엔가 연락을 받았다.
"제 뒤를 이어 정말 잘해주시던 후임자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며 연락이 왔더라고요. 어르신께서 쓰러지셨는데, 사용량을 바탕으로 위기 알람이 울렸다고. 그 덕분에 골든 타임에서 늦지 않게 병원으로 이송돼 다행히 살아나셨다고요. 아, 이거 정말 되는구나, 헛발질 한 게 아녔구나. 그래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기절해 있던 1942년생 할아버지를 살린 거였다. 그게 첫 구조 사례였다. 2021년엔 경기 시흥시의 1947년생 할아버지를 응급실로 옮겼고, 같은 해 여름 제주에서는, 건강이 심각했던 1955년생 할아버지를 119에 후송해 치료받도록 했다.
2022년 7월, 남원에서는 홀로 살던 할머니를 구조했다. 치매를 앓던 노인은, 발견 당시 길을 잃고 2차선 도로 한복판을 건너기까지 했다. 어머니를 지켜주어서 감사하다고, 그의 가족들은 거듭하여 감사를 표했다.
도무지 알 길이 없던, 1인 가구의 위기 상황을 '데이터'로 해결하는 일. 한전의 '1인 가구 살핌 서비스'는 지난해 12월까지 이렇게 총 12건의 고독사를 예방했다. 이를 도입한 지자체도 2021년 5곳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80곳으로 늘었다. 관리 대상이 되는 1인 가구도 1만 명으로 확대됐다.
좋은 아이디어를 낸 비결이 무엇인지를 묻자, 연우씨는 끝으로 이리 답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자주 만나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합니다. 당장 연관이 없어 보이더라도 어디선가 연결되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반드시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공공을 위한 일이 특히 그렇습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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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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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희망모아 호씨까지 독립한 뒤, 그의 아빠는 경기도 용인에 홀로 살았다. 아내가 숨지고 나서는 건강이 나빠져 있었다. 자식은 나와 살면서도 그게 늘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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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머지않아 진호씨에게 연락이 왔다. 아빠가 기절한 채 발견돼 병원에 옮겨져 회복하고 있다고. 급히 병원에 달려온 그 국민주택기금대출서류 는 아빠를 보며 울었다. 또 궁금해했다.
"아빠가 집안에서 쓰러진 걸 자식인 저도 몰랐는데, 어떻게 구조해주셨을지…단 하나뿐인 가족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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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선 도무지 알 수 없었던, 그 안에서 누군가 쓰러졌단 신호. 그러나 알아챌 수 있는 단서가 있었다. 전기와 수돗물을 사용하는 양이었다. 더는 밥솥과 전자레인지가 돌아가지 않고, TV가 저녁에 켜지지 않을 테니까. 문자나 전화를 주고 받지 않고, 샤워 역시 못 하게 될 것이므로.
평소에 대비해 사용량이 지나치게 줄었단 게 감지됐을 때,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구나, 그리 짐작할 수 있단 거였다.
진호씨 부친의 집에서도, 전기·수도 사용량이 동시에 줄어든 게 포착됐다. AI 전화가 작동됐다. 그에게 안부를 물었으나 묵묵부답. 이에 지자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위기 알림이 전송돼, 현장에 직접 가보도록 한 거였다. 그래서 적기에 구조될 수 있었다.
한국전력에서 2019년에 시작한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시스템'이 실제 작동한 사례다. 이 아이디어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정부혁신 왕중왕전에서 금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요즘 주요 문제가 고독사인데, AI 기술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킨 점을 높이 샀다"고 했다.
전력 사용량이란 빅데이터를, 사람을 살리는 데에 쓸 수 있도록 처음 생각하고 구체화 한 사람. 김연우 한국전력 부장에게 당시 어떻게 이를 만들게 되었는지 물었다. 이를 토대로 어딘가에서 또 다른 좋은 생각이 시작돼, 더 많은 이들을 살렸으면 하는 바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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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전기장판만 따뜻했던 집…안타까운 마음이 동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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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고독사로 2주 만에 발견된 50대 남성의 집안 광경. 피우던 담배와 쓰던 마스크, 가글액 등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좋은 생각의 뿌리가 된 장면이 있었다고 했다. 연우씨가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 꺼냈다.
"가끔 어르신들께 봉사하러 복지관에 갔었어요. 인상 깊고도 아픈 장면이 있었지요. 임대아파트에 갔는데, 방이 아주 추웠어요. 근데 방 한가운데에 놓인 전기장판만 따뜻한 거예요. 딱 한 평쯤 될까 말까 한 크기였지요.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 막연히 생각만 했었어요."
그만큼의 전기로 한겨울을 나던 이들.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그마저도 쓸 수 없게 될 취약한 사람들. 그러니 전기 사용량은 단순 수치가 아니라, 사람과 삶과 다 연결돼 있었다.
그러다 2019년 초, 연우씨가 디지털변환처에 근무할 당시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 차원에서, 데이터로 사회에 좋은 영향이 될 만한 뭔가를 해보자는 제안이 나온 거였다. 연우씨는 '전기 사용량'이란 데이터로, 홀로 사는 이들을 살릴 방법이 있을지 고심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전기 사용량만으론, 내부 사정을 다 알기 힘들지요. 정확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요. 사용량이 뚝 떨어져서 위기 알람을 띄웠는데, 알고 보니 열흘간 딸 집에 가 있었던 거지요. 외출했는지 그런 걸 확인할 수 없는 거예요. 데이터 하나만으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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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전화' 데이터와 합치니, 정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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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생각이 막혔을 때 중심이 되어준 단단한 문장이 있었다. 데이터 과학자인 연우씨가 늘 생각하던 원칙이기도 했다.
"데이터는 단독으로 있을 땐 의미가 거의 없고, 결합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거든요.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지요. 부서 직원들과 브레인 스토밍을 많이 했어요. 때마침 SK텔레콤에서 자체 서비스를 고민하던 게 있었고요."
당시 SK텔레콤에선 인공지능 스피커가 나왔고, 그걸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리퍼폰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했단다. 협업해 통신데이터와 결합하는 방안을 떠올렸다. 그만큼 정교해질 거였다. 충분히 안전한 환경에서 관리할 수 있다면.
"전기 사용량이 평소보다 뚝 떨어졌네. 저희 데이터만으로 거기까지 알 수 있는데, 통신 사용 내역까지 보면 '전화나 문자도 안 쓰셨네, 위기 알람을 울려야겠다' 이렇게 될 수 있는 거거든요. 때마침 데이터 사이언스 영역에서, 이런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알고리즘 성능이 좋아져 구현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해줄 곳이 필요해, 네이버 공공 클라우드와도 협력했다. 여기서 한전의 전기 사용량, SK텔레콤의 통신 사용량 등이 결합 및 분석될 거였다.
또 다른 난관이 있었다. 사용량이 얼마나 떨어져야 위기로 볼지에 대한 '기준'이 없단 거였다. 연우씨는 어머니 핸드폰에다가 시제품을 하기까지 하며, 자료를 모았다. 이어 1000가구의 패턴을 모아 유형화했다. 시행 착오도 많았다.
"이렇게 쓴 사람들은 3년간 이 정도 사용했으니, 이 정도로는 올라가야 한다는 거죠. 어디까지 정상 범위로 두고, 이상 범위로 둘지, 그걸 정하기가 어려웠어요. 처음엔 오판도 많이 했었지요. 줄여 나가는 데 집중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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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200가구 찾아다니며 '사인' 받아…"여관방 잡고 살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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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전력
초기 도입 역시 쉽지 않았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유료 모델'로 시작했는데, 해보겠단 지자체가 처음엔 거의 없었다. 연우씨는 여러 지자체를 돌아다니며 설득했다. 아이디어는 괜찮은데 예산이 없다고,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 당시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곳이 있었다. 광주 광산구의 우산동 주민센터였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사업이 본격 시작되었다.
그러고도 첩첩산중이었던 건, 개인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거부감이 심하단 거였다. 연우씨가 회상했다.
"한전에서 왔어요, 개인정보 동의해주세요. 그러면 굉장히 싫어하시는 거예요. '날 뒷조사 하려는 것 아니냐' 그러시는 분도 있었고요. 그래서 우산동 200가구를 다 찾아다니면서 동의 사인을 받았습니다. 광주에 여관방을 잡고 돌아다녔어요. 두 달 넘게 걸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우씨가 본 집안의 광경들이 안타까웠단다. 특히 홀로 사는 할아버지들이 더 취약했다고. 청소 상태가 안 좋은 것, 냄새가 심하게 났던 것. 또 경계하면서도 말을 걸어주면 고마워하던 이들. 사람에게 굶주려 있단 생각에 마음이 저리기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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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사람 살렸단 소식 듣고, '아, 되는구나' 뿌듯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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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한 뒤, 연우씨는 다른 부서로 옮겼다. 그리고 2020년 어느 날엔가 연락을 받았다.
"제 뒤를 이어 정말 잘해주시던 후임자에게, 기쁜 소식이 있다며 연락이 왔더라고요. 어르신께서 쓰러지셨는데, 사용량을 바탕으로 위기 알람이 울렸다고. 그 덕분에 골든 타임에서 늦지 않게 병원으로 이송돼 다행히 살아나셨다고요. 아, 이거 정말 되는구나, 헛발질 한 게 아녔구나. 그래서 상당히 뿌듯했습니다."
기절해 있던 1942년생 할아버지를 살린 거였다. 그게 첫 구조 사례였다. 2021년엔 경기 시흥시의 1947년생 할아버지를 응급실로 옮겼고, 같은 해 여름 제주에서는, 건강이 심각했던 1955년생 할아버지를 119에 후송해 치료받도록 했다.
2022년 7월, 남원에서는 홀로 살던 할머니를 구조했다. 치매를 앓던 노인은, 발견 당시 길을 잃고 2차선 도로 한복판을 건너기까지 했다. 어머니를 지켜주어서 감사하다고, 그의 가족들은 거듭하여 감사를 표했다.
도무지 알 길이 없던, 1인 가구의 위기 상황을 '데이터'로 해결하는 일. 한전의 '1인 가구 살핌 서비스'는 지난해 12월까지 이렇게 총 12건의 고독사를 예방했다. 이를 도입한 지자체도 2021년 5곳에서 지난해 11월 기준 80곳으로 늘었다. 관리 대상이 되는 1인 가구도 1만 명으로 확대됐다.
좋은 아이디어를 낸 비결이 무엇인지를 묻자, 연우씨는 끝으로 이리 답했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자주 만나라고 후배들에게 얘기합니다. 당장 연관이 없어 보이더라도 어디선가 연결되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반드시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있어요. 공공을 위한 일이 특히 그렇습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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